서양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이란 말이 있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은유일 뿐이다.
이에 반해 중국철학은 실제로 여러사람이 제자백가에 열심히 주석을 달면서 이어졌다. 고전 해설서가 다시 고전이 되는 식이다. 대표적인 주석가로 왕필과 주희가 있다. 이들은 주석가이면서 동시에 사상가로 여겨진다.
나는 중국철학 chobo다. 공맹노장 정도 여기저기서 보고 들어 대강만 안다. 어쩌다 동양철학 레벨업을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집었는데 읽고나니 이제 겨우 level 3 정도 된 듯하다(만렙은 99). 동양철학은 뭔가 쉬운 듯 어렵다.
이 책은 공맹노장과 함께 명가, 묵가, 순자 등 혼란기에 태동한 여러 사상을 비교 설명한다. 또 그것들이 계승되고 변형되어 선불교, 신도가, 신유가 등으로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
공자랑 맹자가 워낙 쎄서 중국에선 유가가 언제나 주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송나라 때까지 도가와 선불교의 힘이 꽤 쎘다고 한다. 유학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한 암기과목 정도였다나.
암튼 유가 입장에서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가는 도가와 불교의 형이상학을 자기네 안으로 흡수시킨다. 덕분에 이제 우주론을 갖춘 새로운 유학은 ‘착하게 살아라 왜냐면 우주법칙이 그러하니까‘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종합을 한 사람이 주희이고, 주희의 주자학은 성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전해진다.
1948년 영어로 쓰여진 ‘간명한 중국철학사(A Short History Of Chinese Philosophy)’는 1934년 쓰인 ‘중국철학사’의 짧은 버전이다. 당시 중국 사람으로는 흔치 않게 미국에서 철학을 공부한 펑유란이 썼다. 배우신 분 펑유란은 그 점 때문에 꽤나 다이나믹한 삶을 살았는데.. 일단 여기선 생략.
중국사람이 영어로 썼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중국 사상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곳곳에 보인다. 예를 들면, ‘기(氣)’를 설명하면서 ‘기’가 영어로 하면 ‘Gas’나 ‘Ether(에테르라니!)’ 정도 일 수 있다고 알려준다. 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으로 치면 ‘질료‘와 유사할 것이라고도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