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심장이 정신과 신체 활동의 근원이라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형님께서도 ’뇌는 차갑고 심장은 따뜻하다‘ 등등의 이유로 심장을 모든 생명 활동의 근원으로 여겼다. 히포크라테스가 간질에 걸린 염소의 머리를 열어보고 뇌가 모든 마법의 중추임을 알아냈지만 금방 묻히고 말았다.

그러다 2세기에 갈레노스가 해부학 실험을 통해 뇌가 인간의 커맨드센터임을 밝혔다. 단, 갈레노스는 ’액체‘로 된 무언가가 뇌로부터 온몸에 퍼짐으로써 뇌가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고 봤다.

이러한 유압설은 계속 이어지다 18세기에 이르러 ’전류‘로 대체되었다. 시체에 전류를 흘렸더니 죽은 사람의 눈이 떠지고 팔다리가 움직인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뉴런과 그 사이의 틈(시냅스)이 발견되면서, 이 틈새로 어떻게 전류가 흐르는지가 논쟁거리가 되었다. 스파크파(전기)와 수프파(화학물질)가 대립하다가, 결국 뇌 활동에는 화학물질 또한 작용함이 밝혀졌다.

여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후려쳐서 요약했는데, 실제로는 마치 ’단 하나의 인물도 빼놓지 않겠다‘는 듯 아주 사소한 사건과 인물까지 다룬다. 이 절반까지가 책 한 권 분량(300페이지)이다.

나머지 절반은 1950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뇌과학 논쟁의 여러 측면을 다룬다.

좌뇌가 언어를, 우뇌가 비언어적 정신 활동을 담당한다는 식의 설명은 한계가 있다. 편도체가 불안을 느끼고, 전전두피질이 이성적 사고를 한다는 식의 단순한 환원주의를 조심해야 한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뇌는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설명은 뇌를 이해하는데 다소간 도움을 주지만 반대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뇌활동은 잘 짜인 회로판 위에 흐르는 전류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무작위로 내리치는 번개와도 같다.

수많은 뇌과학 대중서에서 느껴지는 낙관적인 늬앙스와는 다르게, 또 매년 수만 건씩 쏟아지는 뇌에 관한 새로운 발견을 다룬 논문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가 뇌에 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한다. 심지어 뭘 연구해야 하는지 조차 제대로 모른다고 한다.

또한 언젠가 뇌의 모든 작동 방식과 지도를 밝혀낸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게 어떻게 의식과 연결되는데?‘라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서가 2020년에 나왔으니 벌써 6년이 지났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을까? 6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자료나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

'뇌 과학의 모든 역사'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