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의 14권짜리 『소비에트 러시아의 역사』의 축약본. 1980년에 처음 출간됐다. 1917년 혁명부터 스탈린 체제가 굳어지는 1929년까지 12년을 다룬다.

소련 공산당은 1917년 2월 혁명을 부르주아 혁명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어진 10월 볼셰비키 혁명을 '필연'으로 보았다.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사회주의가 도래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산업 후진국이었다. 그 모순을 드러내기엔 러시아의 자본주의는 충분히 '고도화'되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필연적 혁명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러시아 혁명 정부는 이상을 실현하기 전에 근대화부터 해야했다.

근대화는 스탈린의 몫이었다. 레닌이 죽고 정적들을 차근차근 제거한 스탈린은 고립된 소련의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어 소련 혼자의 힘으로 사회주의를 완성하자는 '일국사회주의'를 주장하며 초고속 산업화 계획을 실행한다. 농장을 강제로 집단화하고 중공업에 올인한다.

모든 물품의 가격과 임금은 당이 정했다. 시장 거래는 사라졌고, 쿠폰(배급표)이 있어야만 빵을 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격을 후려치고 식량을 무리하게 수탈하자 농촌이 붕괴했다. 농민들은 가축을 도살하며 저항했고, 그 결과 수백만이 굶어죽었다.

카도 이를 "소련 역사에 오점을 남긴 커다란 비극"이라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성취 또한 진짜였다고 말한다. 대숙청을 보고 한때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카의 소련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때문에 냉전기의 영국 학계에서 카는 융단폭격과도 같은 이념 공세를 받았다. 유명한 『역사란 무엇인가』도 '스탈린 옹호자'라는 학계의 공세에 대한 반격으로 쓰인 책이라고 한다.

‘러시아 혁명’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