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의 1948-1953년 논문과 강연 그리고 에세이 모음.
’기계가 생각한다‘는 명제엔 여전히 의문이 있지만, ’생각‘의 의미를 좁혀서 ’기계가 지능을 가진다‘라고 하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다는 미친 주장을 (무려 1950년에) 한다. 좀 더 정확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의식이 무엇인지 따위의 철학적 논의는 잠시 제쳐두고, 기계가 온갖 이러이러한 질문에 저러저러하게 답하면 생각하는 것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기계와 인간을 구분할 수 없으면 기계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닌겐 주제에 뭘 안다고. 닥치고 계산이나 해.‘라는 양자 현상에 대한 과학자들의 태도가 떠오른다.) 그리고 20세기 말이 되면 생각하는 기계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튜링은 나중에 ‘튜링 테스트‘로 불리는 이러한 아이디어만 제안한 게 아니라, 인공신경망과 기계학습의 구체적인 설계도 제시한다. 386 컴퓨터는 커녕 애니악 같은 거대하고 투박한 계산기만 존재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아가 튜링은 기계가 주도권을 쥐는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상과학적 상상이 아니라 1951년 그 스스로의 논리적 추론으로 다소 섬뜩한 미래를 담담하게 예견한다.
1948년 쓰인 튜링의 인공지능에 관한 논문(Intelligent Machinery)은 발표되지 못했다. 튜링이 있던 연구소의 소장이 ’애들 장난‘으로 취급하고 결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후 20년 뒤에 겨우 세상에 알려지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96년 ’튜링의 연결주의 선취‘라는 논문과 함께 튜링은 인공신경망 연구의 최초 조상으로 인정받게 된다.
튜링은 젊은 나이에 죽었다. 동성애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고 괴로워하다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