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에 출간된 박이문 선생님의 책. 쉬운 우리말로 20세기 철학의 주요한 두가지 흐름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현상학이 뭔지 알고 싶어서였다. 앞서 제미나이 옹에게 현상학에 관한 요약 설명을 들었는데, ’이게 철학이라고?‘ 싶을 정도로 현상학이 철학도 뭣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당연히 그럴리 없고, 짧은 설명으로는 알 수 없는 심오한 뭔가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

근데 처음 느낌이 얼추 맞았다. 현상학은 칸트 인식론처럼 어떤 이론 체계가 아니라, 철학적 방법론에 가까웠다. 분석철학도 다르지 않다.

암튼 현상학은 직관적이고, 분석철학은 말 그대로 분석적이다. 때문에 현상학은 다소 주관적이고 사변적이다. 사상가 저마다의 철학에 각자의 개성이 많이 스며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상학적 oo 분석에 관해선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생각마저 쉽게 든다. 반면 분석철학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혹은 그러길 원한다). 또한 신중하고 엄격하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쉬운 서술과 더불어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저자의 비판적 검토다. 두 철학이 각각 어떤 한계를 가지는지, 현상학이 왜 실존주의로 흐르기 쉬운지, 왜 저자가 현상학보단 분석철학(후기 비트겐슈타인)을 높게 치는지 저자 본인의 의견을 풍부하게 덧붙인다. 따라서 독자는 이후의 철학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자연스레 호기심을 갖게 된다.

'현상학과 분석철학'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