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의 야심작 『인성론』은 대중적으로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후 각성한 흄은 인성론 1권, 『지성에 관하여』를 좀 더 읽기 쉽게 다듬은 새로운 책 출판을 계획한다. 딱딱한 문체를 에세이 톤으로 바꾸고 대대적인 편집을 거쳐 출간된 그 책이 바로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다. 하지만 결국 이 책도 망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영국사 역사책이 터지면서 흄은 부자가 됐다고 한다.

칸트를 ‘독단의 잠’에서 깨운 그의 경험론은 4~7절에 나온다.

‘모든 사실에 관한 지식은 전적으로 경험에서 비롯된다.’

원인과 결과는 인간의 ‘습관과 상상력’이 만든 심리적인 기대일 뿐이다. 흄은 데카르트가 부여한 이성의 전능한 권위를 부정하고 그 능력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이 풍채 좋은 형님은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흄은 양립 가능론자다.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결정되어 있지만 인간의 자유의지 또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를 ‘의지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힘’으로 정의한다. 자유의 반대는 ‘필연’이 아니라 ‘강제’라는 것이다. 새폴스키도 ‘흄적 자유’는 인정한다.

흄은 뉴턴을 가장 위대한 천재라고 치켜 세운다. 뉴턴이 단지 자연의 원리를 밝혀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은 현상으로서만 존재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힘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침묵하기 때문이다. 흄은 이러한 뉴턴의 엄밀한 방법을 인간의 이성을 탐구하는데 적용했다.

이미 뉴턴의 방법을 치켜세운 시점부터 분석철학의 향기가 스멀스멀 난다. 결국 책의 마지막에 결정타가 나온다. 흄의 포크(Hume‘s Fork)라 불리는 주장이다.

’수학적 추론이나 실험적 추론이 아닌 모든 형이상학적 주장은 헛소리다.‘

훗날 논리실증주의자들은 흄을 이어받아 명제를 ’분석 명제‘와 ’종합 명제‘라는 두 갈래의 포크(Fork)로 나누었다. 그리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선언했다. 나중에 콰인은 이 구분을 ’경험주의의 두가지 독단‘ 중 하나로 지목하며 논쟁을 촉발했다.

그 밖에도 책에는 ’동물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배운다‘거나 ’기적은 증언만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논의들도 있다. 그러나 그 외 흄이 제기한 대부분의 논제는 오늘날에도 외피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듯하다.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를 읽고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를 읽고 (사진 2)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를 읽고 (사진 3)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를 읽고 (사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