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키건의 1차세계대전사.

읽는 내내 어질어질하다. 특히 서부전선 전투를 읽을 땐 영화 속 장면이 겹쳐지면서 더 어지럽다. 시골 벌판에 길게 이어진 좁은 참호. 진흙 속 푹푹 꺼지는 군홧발. 끝없는 포격 소리. 끝없는 허기. 기관총 세례를 향한 무의미한 전진과 후퇴. 널부러진 시체들.

키건에 따르면 1차대전은 아무도 원치 않았던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사라예보 사건 이후에도 파국을 막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고 누구도 대규모 전면전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국의 사소한 '신중함의 결여'가 그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결국 기계적인 군사 동원 시스템과 여러 동맹 조약이 맞물리면서 선전포고의 도미노가 일어났다.

1차대전의 초기 전장은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이었다. 그러나 곧 터키와 아시아, 아프리카 식민지 그리고 바다 위까지 전쟁 지역이 확대됐다. 초기 참전국은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같은 힘 쎈 유럽 국가들이었지만 곧 오스만, 이탈리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일본, 미국 등이 참전하면서 모두가 뒤엉켜 싸우게 되었다. 전쟁이 발발한 1914년엔 기병대가 여전히 전장을 누볐다. 그러나 마지막 해인 1918년엔 탱크가 참호를 밟고 전투기가 날아다니며 독가스가 살포되었다.

키건의 1차대전사는 전투 현장과 전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정치나 외교, 경제 등 거시적 맥락에 대한 설명은 부실하다. 낯선 지명과 인물이 많이 나오는데 지도나 사진 자료도 많지 않다. 나 같은 역사 입문자는 검색을 하거나 지도책을 따로 펼쳐놓고 봐야한다.

무가치한 한 뼘 땅따먹기가 진행될 때마다 수만명이 나가떨어졌다. 살아남더라도 부상과 질병에 괴로워하다 죽었다. 추위와 기아에 시달리다 죽었다.

부족해진 병력은 더 어린 소년을 징집하여 충당했다. 전쟁으로 약 1,000만 명이 전사했는데 그 중 700만 명이 10대 혹은 20대였다고 한다.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2)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3)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4)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5)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6)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7)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8)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9)
‘1차세계대전사’를 읽고 (사진 10)